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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속을 걷는 법 ~

by 마음공부 중 2024.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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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속을 걷는 법

 

 

 

 

 

 

 

 

 

- 이정하 -

 

 

 

 

 

 

 

 

 

 

 

 

바람이 불었다

 

나는 비틀거렸고

 

함께 걸어주는 이가 그리웠다

 

바람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니다

 

그래. 산다는 것은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바람이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는게 아니라

 

그 바람 속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것

 

바람이 드셀수록 왜 연이 높이나는지

 

이른 아침, 냇가에 나가

 

흔들리는 풀꽃들을 보라

 

왜 흔들이는지, 하고많은 꽃들 중에

 

하필이면 왜 풀꽃으로 피어났는지

 

누구도 묻지 않고

 

다들 제자리에 서있다

 

이름조차 없지만 꽃 필 땐

 

흐드러지게 핀다. 눈길 한 번 안주기에

 

내 멋대로, 내가 바로 세상의 중심

 

당당하게 핀다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집 밖을 나섰습니다

 

마땅히 할 일이 있는것도 아니였지만

 

걷기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함께 걸었던 길을 혼자서 걷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 싫었던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잊었다 생각했다가도 밤이면 속절없이 돋아나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천 근의 무게로 압박해 오는 그대여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당신을

 

가두고 풀어주는 내 마음감옥을 아시는지요

 

잠시 스쳐간 그대로 인해

 

나는 더 얼마나 흔들려야 하는지

 

추억이라 이름 붙인 것들은

 

그것이 다시는 올 수 없는 까닭이겠지만

 

밤길을 걸으며 나는 일부러

 

그것들을 차례차례 재현해 봅니다

 

그렇듯 삶이란 것은

 

내가 그리워한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하나 맞이했다가 떠나보내는 세월 같은 것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만 남아

 

떠난 사람의 마지막 눈빛을 언제까지나 떠올리다

 

쓸쓸히 돌아서는 발자국 같은 것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어디 내 생애

 

바람이 불지 않은 적 있었더냐

 

날마다 크고 작은 바람이 불어 왔고

 

그때마다 나는 두리번거리며

 

바람이 잠잠해지길 기다리곤 했다

 

기다리는 그 순간 때문에

 

내 삶은 더뎌 졌고

 

그 더딤을 만회하기 위해

 

나는 늘 허덕 거렸다.

 

이제야 알겠다 바람이 분다고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기다리는 이에게 바람은 더 드세게

 

몰아닥칠 뿐이라는 것을

 

바람이 분다는 것은

 

헤쳐나가라는 뜻이다.

 

누가 나가떨어지든 간에 

 

한 판 붙어보라는 뜻이다

 

살다보니 바람 아닌 게 없더라

 

내 걸어온 모든 길이 바람길 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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