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비움의 사랑
- 박노해 -
없네
네가 없네
해는 뜨고 별이 떠도
네가 있던 그 자리엔
네가 없네
나 그렇게 살아가네
비움으로 살아가네
사람이 많아서
비움이 켜져가네
너와 함께한 말들도 비워지고
너와 함께한 색감도 비워지고
너와 함께한 공기도 비워지고
나 홀로 있는
비움의 시간이 많아지네
여기 이 자리에 네가 없어도
난 네가 차지했던 그 만큼의 공간을
그대로 비워두려 하네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어
나는 결여된 사람이 되어가네
나는 비움의 파수꾼
나는 빈 사랑의 수호자
비움으로 너를 지키려 하네
이제 그 자리에 네가 없네
그 비움의 자리에 내가 사네
살아남은 사람은 어쨋든
다시 살아야 한다는 걸
나도 모르는 바 아니나
아 기득한 세계 한가운데서
나는 점점 제외되어가네
사랑이 많아서
비움이 커져가네
슬픔이 많아서
비움이 푸르르네
비움이 깊어서
가득한 사랑이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