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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 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 짓이 숨 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 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년에나 한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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