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583 푸르른 날 ~ 0000000000000000000000000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 푸르른 날 - 서정주 -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2024. 6. 9. 가을의 기도 ~ 가을의 기도 - 김현승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2024. 6. 8. 바람 속을 걷는 법 ~ 바람속을 걷는 법 - 이정하 - 바람이 불었다 나는 비틀거렸고 함께 걸어주는 이가 그리웠다 바람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니다 그래. 산다는 것은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바람이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는게 아니라 그 바람 속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것 바람이 드셀수록 왜 연이 높이나는지 이른 아침, 냇가에 나가 흔들리는 풀꽃들을 보라 왜 흔들이는지, 하고많은 꽃들 중에 하필이면 왜 풀꽃으로 피어났는지 누구도 묻지 않고 다들 제자리에 서있다 이름조차 없지만 꽃 필 땐 흐드러지게 핀다. 눈길 한 번 안주기에 내 멋대로, 내가 바로 세상의 중심 당당하게 핀다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 2024. 6. 7. 폭 설 ~ 폭 설 - 류 근 -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온밤 내 욕설처럼 눈이 내린다. 온 길도 간 길도 없이 깊은 눈발 속으로 지워진 사람 떠돌다 온 발자국마다 하얗게 피가 맺혀서 이제는 기억조차 먼 빛으로 발이 묶인다 내게로 오는 모든 길이 문을 닫는다 귀를 막으면 종소리 같은 결별의 예감 한 잎 살아서 바로보지 못할 푸른 눈시울 살아서 지은 무덤 위에 내 이름 위에 아니 아니 아프게 눈이 내린다 참았던 뉘우침처럼 눈이 내린다 그대 떠난 길 지워니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사나흘 눈 감고 젖은 눈이 내린다 2024. 6. 5. 사 연 ~ 사 연 - 도종환 - 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 게 있습니다. 모란이 그 짙은 입술로 다 말하지 않듯. 바다가 해일로 속을 다 드러내 보일 때도 해초 그 깊은 곳은 하나도 쏟아 놓지 않듯. 사랑의 새벽과 그믐밤에 대해 말 안 하는 게 있습니다. 한 평생을 살았어도 저 혼자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 아리고 아픈 이야기들 하나씩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 게 있습니다. 들에 피는 꽃들도. 언덕을 넘어가는 바람도. 부딪히는 파도도. 서쪽하늘로 넘어가는 노을도. 그렇게 말 못할 사연 한 가지씩 있습니다. 한 평생을 살아도 말 못할 사연 한 가지씩 있습니다. 어찌보면, 우리 사는 삶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닮는 듯합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 2024. 6. 4. 이전 1 ··· 52 53 54 55 56 57 58 ··· 11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