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583 사는 일 ~ 사는 일 - 나태주 -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 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다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2024. 6. 25. 사는 일 ~ 사는 일 - 나태주 -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 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개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2024. 6. 22. 이쁘다 ~ 이쁘다 - 나태주 - 예쁘다 예쁘다 언니가 말할 때는 예쁘다 날보고 예쁘다 그러고요 이쁘다 이쁘다 할머니가 말할 때는 이쁘다 날보고 이쁘다 그래요 예쁘다 이쁘다 다 좋지만 나는 나는 이쁘다가 더 좋아요 이쁘다가 더 예쁜 것 같아요. 2024. 6. 21. 엄마 마음 ~ 엄마 마음 - 나태주 - 아기가 자라면 엄마도 따라서 자라고 아기가 변하면 엄마도 따라서 변한다. 아기가 웃을 때 따라서 웃는 엄마 아기가 아플때 따라서 아픈 엄마 아기는 엄마의 조그만 호수 조그만 하늘 구름 한 점 없기를 물결 하나 없기를 손 모아 기도한다. 2024. 6. 19. 애인 ~ 애인 - 김용택 - 이웃 마을에 살던 그 여자는 내가 어디 갔다가 오는 날을 어떻게 아는지 내가 그의 마을 앞을 지날 때를 어떻게 아는지 내가 그의 집 앞을 지날 때 쯤이면 용케도 발걸음을 딱 맞추어가지고는 작고 예쁜 대소쿠리를 옆에 끼고 대문을 나서서 긴 간짓대로 된 감망을 끌고 따그락따그락 자갈돌들을 차며 미리 내 앞을 걸어갑니다. 눈도 맘도 뒤에다가 두고 귀도, 검은 머릿결 밖으로 나온 귀도 뒤에다가 다 열어 놓고는 감을 따러 갑니다. 커다란 느티나무 저만큼 서 있는 길 샛노란 산국이 길을 따라 피어 있는 길. 어쩌다가 시간을 잘 못 맞추는 날이면 그 여자는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를 높이높이 올라가서는 감을 땁니다. 월남치마에 빨간 스웨터를.. 2024. 6. 18. 이전 1 ··· 50 51 52 53 54 55 56 ··· 117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