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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402

사는 일 ~ 사는 일          - 나태주 -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 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개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2024. 6. 22.
이쁘다 ~ 이쁘다           - 나태주 -         예쁘다 예쁘다  언니가 말할 때는  예쁘다  날보고 예쁘다  그러고요  이쁘다 이쁘다  할머니가 말할 때는  이쁘다  날보고 이쁘다  그래요  예쁘다  이쁘다  다 좋지만  나는 나는  이쁘다가  더 좋아요  이쁘다가  더 예쁜 것  같아요. 2024. 6. 21.
엄마 마음 ~ 엄마 마음          - 나태주 -              아기가 자라면  엄마도 따라서  자라고  아기가 변하면  엄마도 따라서  변한다.  아기가 웃을 때  따라서 웃는  엄마  아기가 아플때  따라서 아픈   엄마  아기는 엄마의  조그만 호수  조그만 하늘  구름 한 점 없기를  물결 하나 없기를  손 모아 기도한다. 2024. 6. 19.
애인 ~ 애인             - 김용택 -              이웃 마을에 살던 그 여자는 내가 어디 갔다가 오는 날을 어떻게 아는지 내가 그의 마을 앞을 지날 때를 어떻게 아는지 내가 그의 집 앞을 지날 때 쯤이면  용케도 발걸음을 딱 맞추어가지고는 작고 예쁜 대소쿠리를 옆에 끼고 대문을 나서서 긴 간짓대로 된 감망을 끌고 따그락따그락 자갈돌들을 차며 미리 내 앞을 걸어갑니다. 눈도 맘도 뒤에다가 두고 귀도, 검은 머릿결 밖으로 나온  귀도 뒤에다가 다 열어 놓고는 감을 따러 갑니다. 커다란 느티나무 저만큼 서 있는 길 샛노란 산국이 길을 따라 피어 있는 길. 어쩌다가 시간을 잘 못 맞추는 날이면 그 여자는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를  높이높이 올라가서는 감을 땁니다. 월남치마에 빨간 스웨터를.. 2024. 6. 18.
6월에 ~ 6월에        - 나태주 -         말없이 바라   보아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때때로 옆에 와   서 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따뜻합니다.   산에 들이 하이안 무찔레꽃   울타리 덩쿨장미   어우러져 피어나는 유월에   그대 눈길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나는   황홀합니다.   그대 생각 가슴속에   안개 되어 피어로름만으로도   나는 이렇게 가득합니다. 2024.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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