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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 사랑 ~ 비움의 사랑        - 박노해 -           없네  네가 없네  해는 뜨고 별이 떠도  네가 있던 그 자리엔  네가 없네  나 그렇게 살아가네  비움으로 살아가네  사람이 많아서  비움이 켜져가네  너와 함께한 말들도 비워지고  너와 함께한 색감도 비워지고  너와 함께한 공기도 비워지고  나 홀로 있는  비움의 시간이 많아지네  여기 이 자리에 네가 없어도  난 네가 차지했던 그 만큼의 공간을   그대로 비워두려 하네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어  나는 결여된 사람이 되어가네  나는 비움의 파수꾼  나는 빈 사랑의 수호자  비움으로 너를 지키려 하네  이제 그 자리에 네가 없네  그 비움의 자리에 내가 사네  살아남은 사람은 어쨋든  다시 살아야 한다는 걸  나도 모르는 바 아니나  아 기.. 2024. 5. 28.
사랑한다는 것 ~ 사랑한다는 것          - 안도현 -          길가에 민들레 한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2024. 5. 26.
사랑과 의무 중에서 ~~ 사랑과 의무         - 박노해 -          사랑을 하면  의무를 잊는다네  한밤의 태양처럼  때로 의무를 위해  사랑을 잊어야 하네  한낮의 별빛처럼  언제나 사랑을 위해  그 사랑을 위해  그 사랑 잊어야 하네  그래도 사랑하네  그래도 일을 하네  별빛처럼 태양처럼    ....... 2024. 5. 25.
길 ~ 길       - 윤동주 -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게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어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어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2024. 5. 24.
햇빛, 바람 ~ 햇빛, 바람             - 윤동주 -           손가락에 침 발러  쏘옥, 쏙, 쏙,  장에 가는 엄마 내다보려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아침에 햇빛이 반짝,  손가락에 침 발러  쏙옥, 쏙, 쏙,  장에 가신 엄마 돌아오나  문풍지를   쏙옥, 쏙, 쏙,  저녁에 바람이 솔솔, 2024.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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